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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체력을 키우는 식습관 2탄 (가공식품, 염증반응, 식습관)

축아고(축구 아마추어 고수) 2026. 9. 3. 15:30

목차


     

    저는 오랫동안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훈련을 더 많이 하면 실력이 오른다고 믿었고, 먹는 것은 그냥 허기를 채우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훈련이 끝난 밤, 라면 냄비를 앞에 두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대가가 얼마나 컸는지는 경기 후반전이 되어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공식품이 경기력을 갉아먹는 방식

    일반적으로 어린 선수들은 체력이 좋으니 뭘 먹어도 금방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회복이 되기는 했습니다. 다만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라, 피로가 조금씩 누적된 채로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훈련 후 치킨, 피자, 컵라면을 반복적으로 먹었습니다. 문제는 이 음식들에 가득한 트랜스 지방(Trans Fat)이었습니다. 트랜스 지방이란 액체 식물성 기름을 고체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포화 지방산으로, 체내에 들어오면 전신에 만성 염증 반응을 유발합니다. 쉽게 말해 몸 안에 불을 켜 놓는 것과 같습니다. 염증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근육이 회복 모드가 아니라 방어 모드로 전환되어, 고강도 훈련 후 근섬유 재생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빵이나 라면, 국수 같은 정제 탄수화물(Refined Carbohydrate)도 문제입니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식이섬유와 미네랄이 제거된 채 순수 전분만 남긴 탄수화물을 말합니다. 이것이 체내에 들어오면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빠르게 곤두박질치는 혈당 스파이크(Blood Sugar Spike) 패턴이 반복됩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후반전 70분이 넘어가면 갑자기 다리가 납처럼 무거워지고 판단이 0.5초씩 늦어지는 느낌이 딱 이 구간에서 왔습니다. 그때는 체력 문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혈당 불안정이 집중력을 잡아먹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시지, 햄 같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공식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좀 충격이었습니다. 훈련하면서 발암물질을 함께 먹고 있었다는 게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공육을 "단백질 보충"이라고 착각하며 먹던 시절이 꽤 길었으니까요.

    • 트랜스 지방 → 만성 염증 반응 유발 → 근육 회복 속도 저하
    • 정제 탄수화물 → 혈당 스파이크 반복 → 에너지 불안정, 집중력 저하
    • 가공육(WHO 1군 발암물질) → 장기 섭취 시 세포 손상 누적
    • 고칼로리 저영양 식단 → 지방세포 수 증가 → 체질 자체가 불리해짐
    요약: 가공식품 속 트랜스 지방과 정제 탄수화물은 염증 반응과 혈당 불안정을 일으켜 훈련 회복과 경기 집중력을 동시에 갉아먹는다.

     

    식습관을 바꾸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반강제적으로 식단을 바꿀 기회가 생겼습니다. 자취 생활이 시작되자 배달 음식을 매일 시켜 먹기엔 돈이 부족했고, 자연스럽게 잡곡밥, 계란, 닭가슴살, 채소 위주로 끼니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2주 정도는 솔직히 맛이 없어서 견디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3주째 들어서면서 변화가 왔습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느껴지던 그 묵직한 만성 피로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후반 80분이 지나도 다리가 무거워지지 않았습니다. 이게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라는 걸 확신한 건, 같은 훈련량인데도 근육통이 다음 날까지 남지 않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분명히 음식이 바뀐 것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스포츠 영양학(Sports Nutrition) 관점에서 보면 이 변화는 충분히 설명됩니다. 스포츠 영양학이란 운동 퍼포먼스와 회복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영양소 섭취 시기·종류·양을 과학적으로 조절하는 분야입니다. 근육이 손상되고 다시 강해지는 과정에는 아미노산(Amino Acid)과 미네랄(Mineral)이 핵심 재료로 쓰입니다. 아미노산이란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근섬유 재합성에 직접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가공식품 위주의 식단에서는 이 재료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근육 성장 효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때는 뭘 먹어도 괜찮다"는 말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릴 때는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 높은 상태라고 흔히 말하는데, 뇌 가소성이란 외부 자극에 따라 뇌의 신경 연결이 빠르게 바뀌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이 시기에는 식습관도 빠르게 굳어집니다. 또한 이 시기에 지방세포(Adipocyte) 수 자체가 늘어나면, 나중에 다이어트를 해도 세포 수는 줄지 않고 크기만 줄어드는 방식으로 남습니다. 즉 체질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는 뜻이고, 어릴수록 더 신경 써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영양학회(ISSN)도 유소년기 영양 관리가 장기적 운동 수행 능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Sports Nutrition).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습니다. "가공식품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접근은 특히 유소년 선수에게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나치게 엄격한 제한은 음식에 대한 집착을 키우거나, 칼로리 자체가 부족해지는 에너지 결핍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80%는 단백질·잡곡·채소 중심으로 채우고, 20%는 유연하게 허용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훨씬 지속 가능합니다. 이건 제가 직접 써봤을 때도 그랬고, 주변 선수들을 봐도 완벽주의 식단을 고집하다 오히려 번아웃이 온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요약: 식단을 클린하게 바꾸면 만성 피로와 후반전 체력 저하가 실제로 개선되며, 유소년기일수록 지방세포 수와 식습관이 굳어지기 전에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축구 선수가 라면을 가끔 먹으면 진짜 실력에 영향이 있나요?

    A. 한 번 먹는다고 당장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반복입니다. 제 경험상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이런 음식이 쌓이면 훈련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경기 후반 집중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가끔은 괜찮지만 '습관'이 되는 순간이 위험합니다.

     

    Q. 어린 선수는 많이 먹어야 키가 크지 않나요?

    A. '많이' 먹는 것보다 '무엇을' 먹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가공식품으로 칼로리를 채우면 혈당 불안정과 인슐린 과잉 분비로 오히려 성장호르몬 분비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성장에 필요한 건 칼로리 총량이 아니라 아미노산, 칼슘, 아연 같은 실질적인 재료입니다.

     

    Q. 식단 바꾸면 얼마 만에 변화를 느낄 수 있나요?

    A. 저는 약 3주 만에 아침 피로감이 줄고 후반전 체력이 버텨주는 걸 체감했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훈련 강도나 수면 질도 함께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으로 2~4주가 지나면 염증 수치가 안정되면서 회복 속도 차이를 느끼기 시작한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Q. 단백질 보충제로 닭가슴살 대신해도 되나요?

    A. 보충제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입니다. 실제 식재료에는 단백질 외에도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함께 들어 있어 흡수 효율이 다릅니다. 훈련 직후 빠른 흡수가 필요한 타이밍에는 보충제가 유용하지만, 평소 끼니는 가능하면 진짜 음식으로 채우는 것이 낫습니다.

     

    결론

    재능이나 좋은 지도자는 내가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 뭘 먹을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식단은 선수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쟁력 중 하나입니다. 기술을 갈고닦고 체력을 키워도, 몸에 넣는 재료가 나쁘면 그 훈련이 제대로 축적되지 않습니다.

    당장 식단을 완벽하게 바꾸려 하기보다는 라면, 소시지, 과자 같은 음식의 비중을 조금씩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후반전이 지나서야, 혹은 은퇴하고 나서야 깨닫는 것보다는 지금 한 끼가 훨씬 값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yuX_J5nMSs